<p></p><br /><br />"저희 가족이 얼마전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했습니다. <br> <br>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 부탁드립니다. <br> <br>이런 안내방송이 불편하시겠지만, 이렇게밖에 알릴 수 없는 점 양해해 주십시오." <br> <br>그제 저녁, 지하철 4호선에서 나온 안내방송입니다. <br><br>얼마나 애통했으면, 기관사는 승객들을 상대로 이런 호소를 했을까요. <br> <br>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의 무자비한 폭행에 세상을 떠났습니다. <br> <br>"연인관계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"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. <br> <br>여자친구가 뇌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맬 때도 가해 남성은 병문안 한번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. <br><br>Q1.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. 남성에게 적용된 혐의도 바뀌었다고요? <br><br>피해 여성인 25살 황모 씨가 지난달 17일 숨을 거두면서 경찰은 가해자인 황 씨의 남자친구에게 상해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<br>적용했습니다. <br> <br>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사건인데, <br> <br>주변 CCTV엔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황 씨가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과 함께, 남자친구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황 씨를 끌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. <br> <br>이후 황 씨는 3주동안 뇌사상태에 빠져있었는데, 사건 이후 경찰은 남자친구에 대해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, 법원이 기각했습니다. <br> <br>"도주우려가 없다"는 이유였는데, 황 씨가 숨진 뒤에야 남자친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겁니다. <br><br>Q2. 이번엔 법원이 "도주우려가 있다"고 했습니다. 한달 반 사이에 판단이 뒤바뀐 이유가 뭐죠? <br><br>가장 큰 차이점은 황 씨가 살아있었냐, 숨진 뒤였냐는 겁니다. <br><br>단순히 때려서 상해를 입힌 경우와 달리 상해가 원인이 돼서 목숨을 잃었을 경우엔 형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, <br> <br>전문가는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서 도주우려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. <br><br>[임준태 /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] <br>"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상해로 신청했을 때 법원에서 도주우려를 판단하는 것과 상해치사를 적용해서 영장을 신청했을 때 범죄의 중대성이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도주우려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." <br> <br>황 씨의 사인이 '외부충격에 의해 생긴 뇌출혈'이라는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. <br><br>Q3. 황 씨가 쓰러져 있는데도 남자친구는 허위신고를 했다는데, 사실입니까?<br><br>황 씨가 의식을 잃자 119엔 "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넘어졌다"는 내용으로 허위신고를 했다는 겁니다. <br> <br>황 씨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엔 <br><br>"폭행 이후 남자친구가 쓰러진 딸을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옮겼고, <br> <br>한참을 방치해서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까지 놓쳤다"는 내용이 있는데, 황 씨의 어머니는 "명백한 살인행위"라고 주장했습니다. <br><br>그런데, 유족 측의 주장대로 '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'가 인정되려면 남자친구가 황 씨가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<br>황 씨를 계속 폭행했거나 방치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. <br><br>향후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됩니다. <br><br>Q4. 최근엔 경찰 간부가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되기도 했는데, 대책은 없는 건가요? <br><br>경찰에 신고된 데이트 폭력 건수는 2017년 1만 4천 건에서 2019년엔 2만 건 가까이로 늘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실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오히려 줄었습니다.<br> <br>데이트 폭력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'폭행'의 경우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'반의사 불벌죄'이기 때문인데, 가해자의 회유나 협박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. <br> <br>혼인신고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 대상을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. <br><br>데이트 폭력, 사랑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